부모님이 두 분 다 중국에서 오셨어요. 중국에 한국어랑 중국어 섞어쓰는?그런 곳에서 오신거라 그냥 보면 한국인처럼 보여요.두 분 다 한국 국적 따신지는 오래돼셔서 그냥 한국인이나 다름없어요.근데 가족들은 다 중국에 계시니까 추석이나 설날같은 명절때 만나러 갈 사람이 없어요.저는 쭉 한국에서 자라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뵌적도 별로 없다보니까 별 생각도 안 들어요.작은 아빠는 한국에 살아서 어렸을 때 종종 뵀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정사 때문에 못 보게 됐어요. 자세한 이유는 저도 몰라요.전 외동이고 아직 미성년자인데, 심지어는 늦둥이어서 부모님이 제 곁에 계시지 않을 때가 너무 걱정이에요.결혼 하고 나서 미래 남편에게 이 사정을 어떻게 얘기해야 될지도 모르겠고요.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신 뒤, 결혼 후 명절 보낼때? 이 두가지 상황이 제일 걱정되는데 어떻게 해야될까요 ㅠㅠ제 가족들이 중국에서 왔다고 차별받을까봐 걱정도 돼요.
질문자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이 꽤 무거워졌습니다. 명절이라는 게 보통은 가족들이 모여 함께하는 시간인데, 질문자님은 여러 사정 때문에 그 자리를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느껴져요. 부모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앞으로 혼자 남겨질까 두려운 마음, 그리고 언젠가 결혼을 했을 때 배우자나 그 가족들에게 어떻게 내 상황을 말해야 할지 고민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먼저 부모님이 안 계실 때에 대한 걱정부터 말씀드릴게요. 아직 미성년자이니 구체적으로 당장 대비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의 삶을 세워가야 한다는 건 맞습니다. 중요한 건 ‘내게 의지가 되어줄 또 다른 가족’을 꼭 피로적 혈연으로만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친구, 선생님, 미래의 배우자처럼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게 결국 가족 같은 울타리가 될 수 있어요. 지금은 부모님과 가능한 시간을 많이 보내고, 대화와 추억을 쌓아두는 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결혼 후 명절 문제는 누구에게나 민감한 부분이에요. 질문자님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솔직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아요. “저는 친가·외가 식구들이 대부분 중국에 계셔서 명절에 갈 데가 없어요. 그래서 명절에는 오히려 당신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식이죠. 처음엔 조금 조심스럽겠지만, 진심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걸 문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 외롭지 않도록 더 배려해줄 수도 있어요.
차별에 대한 두려움도 충분히 공감돼요. 하지만 질문자님 부모님은 한국 국적을 오래전에 취득하셨고, 질문자님도 한국에서 자라왔잖아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분명 한국인입니다. 혹시라도 누가 질문자님의 뿌리에 대해 편견을 드러낸다면, 그건 질문자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협소한 시각일 뿐이에요.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작게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질문자님이 느끼는 불안과 걱정들이 삶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시고, 부모님과의 시간 속에서 힘을 얻으면서 차근차근 자기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